[옥션리뷰] “붓다 아트페어는 전통에 대한 열린 논의를 펼치는 장”

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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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전통·불교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붓다 아트페어’(Buddha Art Fair)가 있다. 한국은 불교 국가가 아니지만, 1700여년 전 불교가 전파된 이래 오랫동안 인민들의 삶과 생활에 뿌리를 내렸다. 특히 불교미술은 사찰, 석탑을 비롯해 불상, 회화, 범종 등이 빼어난 작품성을 보이면서 고미술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붓다 아트페어는 전통작품을 비롯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다.

‘살아있는 한국전통문화의 꽃’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아트페어는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준비됐다. 불화, 불상, 현대불교미술, 선화, 한국화, 공예, 현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49팀 71부스가 참여했다. 붓다 아트페어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2023 Seoul International Buddhism Expo)와 함께 열리며 아트페어와 박람회는 현장에 오지 않아도, 한국이 아닌 곳에서도 온라인(www.bexpo.kr)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이에 10주년을 맞이한 붓다 아트페어를 총괄한 기획자 김해다(마인드디자인 아트디렉터)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붓다 아트페어 총괄 기획자 김해다 이사 ⓒ김해다
붓다 아트페어 총괄 기획자 김해다 이사 ⓒ김해다

Auction Daily: 올해 붓다 아트페어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사항(주제)은 무엇인가?

붓다 아트페어는 매년 주제관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열암곡 마애불상 바로 모시기 전’을 연다. 경주 남산 열암곡에 있는 이 불상은 8세기 말~9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 세종 때 일어난 지진으로 이 불상이 넘어졌는데, 지면에서 불과 5cm 떨어진 채 원형이 보존돼 ‘5cm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약 1200년 동안 방치된 이 불상은 길이 약 6미터, 무게 약 80톤으로 이를 훼손 없이 바로 세우자는 프로젝트에 작가 11명이 붙었다. 작가들이 마애불상을 주제로 한 신작을 만들었고, 붓다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팔리면 절반을 불상 세우기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트 프린트도 제작해 7~8만 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주빈국이 인도다. 부처의 고향이 인도이며 불교미술도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졌다. 부처의 생애를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Auction Daily: 한국 전통과 불교 예술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붓다 아트페어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동안 역사와 성과에 대해 듣고 싶다.

한국에서 불화, 민화, 서예, 도자기 등 공예, 목공, 금속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전통 미술품이 거래 미술장터는 붓다 아트페어가 유일하다. 초기에는 참여작가들이 적어서 부스를 채우지 못했다. 당시 전통미술 작가들은 아트페어 형식을 낯설어 했다. 아트페어 개념 설명부터 참여해 달라고 설득까지 해야 하니 애로가 많았다. 그러다 연력이 쌓이면서 이제는 굳이 작가들을 만나지 않아도 80여개 부스는 충분히 찬다. 특히 작가들이 자처해서 후배 작가를 데리고 오고, 아트페어 기획에 의견을 낸다. 이러한 것들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우리를 방문판매원 취급하던 작가들이 지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전통 미술시장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다. 또 전통 미술가들은 이전에 자신을 장인으로 여길 뿐 예술성을 띤 작가로 생각지 않다가 요즘은 작가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전통 미술에 예술이라는 개념이 스며든 것에 붓다 아트페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BAF청년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김민지 작가의 ‘光明(광명)’ (사진제공. 불교박람회 사무국)
BAF청년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김민지 작가의 ‘光明(광명)’ (사진제공. 불교박람회 사무국)

Auction Daily: 붓다 아트페어에서 신진 작가 육성과 발굴에 초점을 둔 ‘BAF 청년작가 공모전’도 열린다. 수상작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공모전의 의의를 말해준다면?

올해 총 61명이 응모해 12명이 수상했다. 대상을 탄 김민지 작가의 ‘光明(광명)’은 본존불과 협시보살이 빛과 어둠을 만나 드러난 형상을 표현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신하늬 작가의 ‘Buddha in the house’는 사천왕을 종교적 상징물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외 다양하고 색다른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모전은 청년 작가들에게 등용문 노릇을 하면서 계속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몇 년 전에 대상을 받은 작가를 만났다. 아트페어 현장에서 작품을 본 스님들과 연결돼 절에 그림을 그리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하더라. 이런 것은 다른 공모전에서 만날 수 없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Auction Daily: 한국에서 불교미술은 사찰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불교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깊지 않은 듯싶다. 불교미술의 가치를 얘기한다면?

첫째, 종교미술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대개 아트페어에 나온 작품은 소장용이거나 재테크용이다. 하지만 붓다 아트페어에 나온 작품은 대부분 예배용이다. 작품을 보면서 합장이나 명상을 하거나 마음을 가다듬는다. 용도나 목적이 다른 아트페어 작품과 다르다. 둘째, 불교미술을 하는 작가들도 여느 미술과 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전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하고 관객들에게도 이런 화두를 던진다. 그런 점에서 붓다 아트페어는 전통에 대한 열린 논의를 펼치는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을 고수하든 전통을 틀어서 시도하든, 전통에 대한 개념을 질문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Auction Daily: 한국에서 전통미술과 불교미술의 전반적인 흐름도 듣고 싶다.

붓다 아트페어 대표작가라고 할 수 있는 서칠교 작가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싶다. 1회부터 꾸준히 참가해온 작가인데, 이 작가는 정확하고 정교한 인체표현에 역점을 둔다. 대개의 불상은 고착화된 경향이 있지만, 이 작가가 만드는 불상을 보면 꼭 로댕의 작품 같은 느낌도 준다. 기존 불상과 다르다. 정확한 인체표현에 기반해서 만들다 보니, 종교계에서는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신을 인간처럼 만들었다는 둥, 너무 섹시하다는 둥 한때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붓다 아트페어가 계속 작품을 노출하면서 주요 사찰에도 들어갔다. 붓다 아트페어와 함께 성장하면서 불교미술 흐름을 바꾼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존재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전통의 현대화’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Auction Daily: 해외에서 불교미술은 불교 국가를 제외한다면 생소한 미술 분야로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 종교적 상징물이 아닌 예술로서 해외에서 불교미술은 어떤 흐름이 있나?

해외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 시장을 조사해 본 적이 있다. 정확하고 엄밀한 조사는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불교미술은 오리엔탈리즘으로 소비되는 양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소비되거나 박물관에 전시되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전자는 프랑스 파리의 실내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오브제(MAISON&OBJET) 등에 노출되고, 후자는 뉴욕에 있는 불교박물관인 루빈 박물관과 같은 곳에서 불상이나 유물을 전시한다. 붓다 아트페어에 선보인 작품은 동시대 작가의 작품이고, 유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 그래서 해외시장에서 과연 먹힐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아직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해외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펀딩도 받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붓다 아트페어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불교박람회 사무국)
붓다 아트페어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불교박람회 사무국)

Auction Daily: 기획자로서 올해 준비하면서 어떤 기쁨과 애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미술 전공자로서 작품 창작에 대한 열망은 없나?

지난해에는 붓다 아트페어가 9월에 있었는데, 6개월 만에 다시 준비하느라 힘든 점이 있었다. 6개월 만이라 작가들 참여가 저조하면 어떨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다. 작가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내면서 함께 해줬고, 좋은 작품들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 나는 작품 창작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살을 붙이는 것이 더 재밌다. 그래서 이런 아트페어도 기획하고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다. 그게 내 기쁨이다.

Auction Daily: 마지막 질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꽁꽁 갇혀 있고 고립돼 있던 시간을 조금씩 넘어서고 있다. 이런 시기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예술은 어떻게 세상과 만나고 조응하면 좋을까?

이 질문은 인생 전반에 걸친 고민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예술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예술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는 예술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가능한 답안지를 작성해보는 것이 인생 여정이 아닐까 싶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정신 건강에 대한 전시기획 등도 시도해 봤다. 관람객과 작가들 반응을 보면서 예술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코로나19로 묶여 있던 시간을 벗어난 지금,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현재는 그 답을 함께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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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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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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