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자연과 공생을 꿈꾸며 예술 섬으로 변모한 제주
제주가 예술 섬으로 변신했다. 5년 만에 다시 열린 ‘제주비엔날레’(Jeju Biennale)를 통해서다. 이에 빼어난 자연경관과 풍경 덕분에 여행과 관광의 섬으로 알려진 제주가 예술을 통해 다른 풍광을 뽐낸다. 또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지구적 명제 앞에 자연과 우주의 생명력 회복을 주제로 인간의 각성과 감각을 일깨운다. 제주가 품은 역사와 문화는 예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선명하게 부각된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이라는 주제를 내건 제주비엔날레는 내년 2월 12일까지 열린다. 16개국 55명(팀)이 참여해 165점 작품을 선보였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 미술관옆집 제주 등 6개 전시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현대미술로 새롭게 태어난 일본 나오시마처럼 한국에도 ‘예술 섬’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박남희 예술감독은 “제주 비엔날레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전 지구적 공생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찾는 데서 출발했다”며 “기후 및 다양한 생태 환경이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만든 제주는 자연 공동체 지구를 사유할 장소이며,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은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세계의 공존 윤리와 관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관은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으로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자연을 주제로 밀도 있는 작업을 펼쳐온 국내외 33명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였다. 여성의 삶에 대한 성찰을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김수자의 ‘호흡’, 30년 넘게 인종, 정체성,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에 대해 고심하며 흑인 문화운동 중심에 있는 존 아캄프라(가나)의 ‘트로피코스’,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가구를 만드는 아트 퍼니처 예술가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2022’ 등이 전시돼 있다. 미디어 아트 중심 작품이 배치된 제주현대미술관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콰욜라(이탈리아)가 기계의 눈으로 본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롬나드(Promenade)’를, 종이와 연필로 물성과 형태를 조각한 황수연이 ‘큰머리 파도’를 선보였다.
위성전시관에도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제주도 부속 섬 중 하나인 가파도의 80년 이상 묵은 폐가에는 프레스코화가 있다. 이탈리아 작가 아그네스 갈리오토가 4개월 이상 이곳에 머물며 그린 ‘초록 동굴’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파도에서 보낸 시간을 담아 5개 방에 펼쳐냈다. 그는 이 폐가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묻혔던 고대 폼페이의 벽화 저택으로 여기고 동식물과 인간이 어울린 풍경을 벽에 담았다. 또 홍이현숙 작가는 가파도 글라스하우스 안에 ‘가파도로 온 것들’을 설치했다. 섬으로 밀려온 스티로폼 부표와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아 그 위에 청보리 씨앗을 뿌린 작품이다.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경각을 불러일으키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는 제주 바다와 관련된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해녀복을 수집해 공동체의 이해를 확장하는 이승수의 ‘불턱’, 1년동안 제주 바다를 그린 노석미의 ‘바다의 앞모습’ 등이 이곳에 있다. 삼성혈에는 자연에서 신화로 연결된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팅통창(대만)의 ‘푸른 바다 여인들’, 박지혜의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나무들의 공기와 바람을 체험하게 하는 신예선의 ‘움직이는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옆집 제주에는 관객 참여를 작품 핵심으로 삼아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설치 미술과 공연을 선보이는 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의 작품 ‘무제 2022’이 있다.
전시 외에 국제 큐레이터 토크,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 비엔날레 연계 시민교양강좌, 어린이・가족 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jejubiennal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제주는 제주비엔날레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아주 특별한 예술 여행이 가능하다. 뻔한 관광 코스와 다른 새로운 예술길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