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올해는 견조하게 유지될까?

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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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3대 경매회사의 경매 판매 총액은 조정세가 강화되면서 전년보다 약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글로벌 경매시장은 예정된 빅 컬렉션 경매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소더비 경매 장면 (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소더비 경매 장면 (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orea Art Authentication & Appraisal Research Center, 이하 KAAARC)가 내놓은 ‘2023년 연간 미술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 필립스(Phillips)의 판매 총액은 약 111억6천만 달러(구매자 프리미엄 포함)로, 전년(총액 137억4천만 달러) 대비 18.8% 줄었다. 경기침체와 전쟁 등의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준 가운데, 판매 총액은 2019년 팬데믹 이전보다는 약 11.6% 높은 수치다. 

내용을 보면 판매 총액은 줄었지만, 경매 건수와 판매 작품 수는 늘었다. 경매 건수는 2022년 909건에서 2023년 936건으로, 판매된 총 작품은 10만8832점에서 11만4914점으로 증가했다. 오프라인 경매(약 7.2% 증가)와 온라인 전용 경매(약 5.3% 증가)를 모두 합한 수치다. 판매 총 액과 판매 수가 엇갈리면서 평균 경매 가격은 2022년 12만6209달러에서 2023년 9만7074달러로 낮아졌다.

이는 1천만 달러 이상 고가 작품의 판매 부진과 판화와 에디션 작품 등 5만달러 미만 저가 작품 판매 상승이 빚은 결과다. 저가 작품 판매는 2022년 10만8832점에서 지난해 11만4914점으로 약 18% 늘어나고 판매액도 전년보다 약 7.4% 증가했다. 

2023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 피카소의 ‘시계를 찬 여인’(1932). (출처. 소더비)
2023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 피카소의 ‘시계를 찬 여인’(1932). (출처. 소더비)

반면 1천만 달러 이상 작품 판매는 약 30% 감소한 가운데, 고가 낙찰 순으로 상위 100위에 속하는 작품들 판매 총액은 2022년 약 41억 달러에서 2023년 약 24억 달러로 떨어졌다. 초고가 작품을 보면 2023년 1억 달러 이상에 판매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시계를 찬 여인(Femme à la montre)>(판매가 $139.4 million)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부채를 두 여인(Dame mit Fächer)>($108.5 million) 두 작품이었지만, 2022년에는 6점이 팔렸다.

2023년 경매 판매 총액 감소는 인상파 및 현대 미술 부문에서 두드러져 전년보다 약 35.9% 감소했고, 특히, 초현대 미술 부문 판매 총액이 1년 새 약 1.5억 달러 줄었다. 

한국 경매 시장은 더욱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케이옥션과 서울옥션, 마이아트옥션, 칸 옥션, 아이옥션 등을 조사한 결과, 2023년 총 28회 경매를 개최해 낙찰총액은 약 1261억7100만 원으로 전년보다 약 28.62% 하락했다. 낙찰 작품 수는 1973점으로 전년보다 약 15.39% 감소했고, 낙찰률은 약 70.44%로 전년보다 약 8.13%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한국화 및 고미술품 거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이 작품들의 낙찰 금액은 다소 낮은 가격대에 집중돼 있지만 양질의 작품 공급과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요로 낙찰률이 약 70%를 넘어섰다. 2023년 10억 원 이상에 낙찰된 작품의 약 50%가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서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경기침체 및 고금리 유지 등으로 고가 미술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나 한국 미술시장은 조정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전망을 놓고 봤을 때, 지난해 조정기를 거쳤던 글로벌 미술시장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를 비롯해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갈등과 긴장이 지속돼 세계 미술시장도 이런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4년 1분기 경매 기록을 봐도 이 같은 악재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흐름이다.

KAAARC는 탄력적인 회복성을 지닌 미술시장 고유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해외 미술시장은 올 한 해 예정된 빅 컬렉션 경매 등을 중심으로 매출 구조에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매 시장 낙찰 결과를 시장의 바로미터로 인식하는 국내 수요의 특성으로 볼 때 국내 미술시장은 여전히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KAAARC는 “몇몇 작가들에 집중돼 거래가 이뤄졌던 국내 미술시장의 구조적 한계는 조정기에서 작가 포트폴리오를 더욱 좁혀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며 “구매할 만한 작품들을 찾기 어려운 양상부터 미술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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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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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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