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볼거리 가득했던 미술축제, 2023 프리즈 서울

Ji Young Huh
Published on

[허지영 칼럼] 서울,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 가능성을 보여주다

서울을 미술 축제의 장이자 미술 도시로 추동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이하 프리즈)이 막을 내렸다. 나는 아티스트와 작품이 낸 길을 따라 걸었다. 눈은 즐거웠다. 마음은 풍족했다. 세계는 좋았다. 프리즈와 한국 최대 규모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함께 낸 미술의 길은 그러했다. 다양한 미술품에 스며든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통해 동시대 미술시장 흐름을 확인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프리즈를 통해 아시아 미술 허브로서 서울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2023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Auction Daily
2023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Auction Daily

사실 올해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은 침체됐다. 미술품 경매시장 거래실적은 전년도의 56% 수준으로 급감했다. 낙찰률도 52%에 그쳤다. 프리즈를 앞두고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도 들렸다. 물론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세계 미술시장 경기가 침체된 지라 올해는 대가들의 초고가 작품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돌았다.

정작 뚜껑을 열자, 이는 기우였다. 한국 미술시장은 프리즈와 함께 들썩들썩 후끈 달아올랐다. ‘프리즈 효과’라고 불러도 좋겠다. 가을은 미술의 계절인양 서울 아트위크를 비롯 각종 전시와 프로젝트가 프리즈와 함께 거대한 미술판을 만들었다. 중국, 홍콩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컬렉터와 미술관계자들이 프리즈를 비롯한 각종 미술행사에 몰렸다. 두 아트페어 밖의 전시, 파티, 작가 작업실 방문(오픈 스튜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는 서울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보여줬다. 프리즈를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예술 축제의 장이 됐다.

2023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Auction Daily
2023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Auction Daily

프리즈로 돌아와서,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소수의 잘 팔리는 작가에 대한 지나친 쏠림이 잦아 들었다. 참여 갤러리들의 작가와 작품 선정 폭이 넓고 다양해졌다. 올드 마스터부터 신진 작가 작품까지 특정 작가군에 쏠리지 않았다. 다양한 매체와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난해보다 화려함은 덜할지 몰라도 알차고 풍성했다.

물론 이번에도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조지 콘도(George Condo),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이우환(Ufan Lee), 유영국(Youngkuk Yoo), 윤형근(Hyong-Keun Yun), 박서보(Seo Bo Park) 등 몸값 높은 작가들도 있었다. 걸작을 모아 놓은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샤갈(Marc Chagall), 세잔(Paul Cezanne), 르누와르(Auguste Renoir), 에곤 쉴레(Egon Schiele) 등 근현대 거장들이 그린 드로잉과 수채화는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해외 미술관에서나 볼 법한 작품을 마주한다는 사실로도 애호가들은 심장 박동이 뛸 만하지 않겠는가!

프리즈 서울에 출품된 변월룡 작가의 작품 ‘어머니’ ⓒ Auction Daily
프리즈 서울에 출품된 변월룡 작가의 작품 ‘어머니’ ⓒ Auction Daily

대가들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현대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좋은 미덕이었다. 학고재 갤러리가 소개한 변월룡(Wolryong Byeon, 러시아명 Пен Варлен)이 대표적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고려인으로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잠시 북한에서 미술대학 교수로 활동했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에 서울 땅을 밟았다. 아트페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갤러리 현대는 추상화가 이성자(Seundja Rhee)를 단독으로 내걸었다. 독보적인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도록 만든 의도가 엿보였다. 그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다른 화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으나, 최근 크리스티 홍콩과 한국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돼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미술애호가 BTS의 멤버 RM이 SNS에 이성자 작품을 올려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번 두 페어에서 젊은 작가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다양한 재료에 대한 독보적인 해석이 눈에 띄는 작가와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특히 미디어 아트와 개념적인 작품들이 출품돼 판매보다 전시와 담론 형성을 목적에 둠으로써 다양성을 더했다.

지난해에는 키아프와 프리즈 간 관람객과 분위기가 큰 차이를 보였다. 키아프는 프리즈를 좇는데 급급한 인상을 보였고, 키아프를 건너뛰는 관람객도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현상이 완화됐을 뿐 아니라 유망한 신진 및 중진 작가들 작품도 호평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판매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키아프는 지난해와 노선을 달리해 ‘젊은 다양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였다. 프리즈를 좇기보다 차별화를 도모하려는 의도로 비춰졌다. 내부 인력 조정 등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프리즈의 성과는 명확해 보인다. 글로벌 아트페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중심으로 서울 아트위크 등 다양하고 풍성한 전시가 줄을 이었다. 서울이 프리즈를 둘러싼 위성 아트페어이자 예술 축제의 장이 되었다. 이는 서울이 가진 역동성과 콘텐츠가 아시아 미술 시장 허브로서 손색없음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미술로 물든 서울의 가을 바람을 맞으며 K-아트의 전진을 충분히 기대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edia Source
Writer
Ji Young Huh
Ji Young Huh
Korean Art market observer & columnist

More in the auction indu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