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리뷰] 13억 원 경매 낙찰로 일본에서 돌아온 안중근 유묵
13억 원.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이 받은 낙찰가다. 5억 원으로 시작한 경매는 5천만 원식 호가를 높인 패들(paddle)이 분주하게 오르내렸다. 추정가 6~12억 원을 넘어 13억 원에 달헸을 때 남은 응찰 패들은 단 하나. 지난해 12월 안 의사 유묵 중에서 최고가(19억5천만 원)을 기록한 작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됐다.
이번 낙찰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114년 만의 국내 환수다. 안 의사가 1910년 일본 제국주의 핵심 인물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뒤 갇힌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이다. 당시 그는 옥중에서 200여 점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인심조석변산색고금동(人心朝夕變山色古今同)’라고 적혀 있다. “사람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의 색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라는 뜻을 지녔다. 조선의 독립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산색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이 작품의 새 주인도 공개됐다. 한미반도체가 낙찰자다. 독립운동과 연관된 회사다. 독립운동가 곽한소 선생 후손인 고 곽노권 회장이 세운 회사다. 서울옥션은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지난해 12월 별세한 곽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한미반도체가 안 의사 유묵 환수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9억 5천만 원에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에게 낙찰된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에 이어 안 의사 유묵이 연거푸 한국으로 돌아왔다. 환수된 두 작품 모두 경매에 나오기 전, 일본인들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뤼순 감옥에서 꼿꼿하게 기개를 지킨 안 의사를 존경하게 된 일본인 관리들이 그에게 글씨를 요청했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물려줬기에 일본땅에 머물고 있었다.
안 의사 유묵은 명필 평가를 받고 있다. 필체에서 높은 기상과 절개, 조국 독립을 향한 열망과 의지 등이 힘차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 의사가 남겼다고 알려진 200여점 유묵 가운데 안중근의사기념관은 57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 중 31점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등록돼 있다. 이번 환수는 또 안 의사가 114년 전인 3월 26일(1910년) 사형집행일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이와 함께 국내 환수 의미를 지닌 또 다른 작품인 시산 유운홍의 ‘서원아집도’도 1억3500만 원에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았다. 캐나다에서 국내로 환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