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News] 항구도시 부산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우리와 세계를 연결한 예술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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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항구도시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 명제부터 꺼낸 것은 최근 열렸던 ‘2022 부산 비엔날레’(Busan Biennale)가 이를 주요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부산 비엔날레는 최근 열리는 비엔날레 경향성이 묻어난다. 개최 장소의 지역성과 생태 친화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그것이다. 이에 많은 작품이 부산이 지닌 바다와 항구라는 특성을 품었고, 근현대사와 이와 연관된 이주와 노동의 흔적, 여성들의 삶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향을 부산으로 둔 내게, 부산 비엔날레는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했다.

부산 비엔날레는 부산항 1부두 전시장을 비롯해 부산현대미술관, 초량 산복도로 주택, 영도 조선소 등에서 관람객을 만났다. 25개국 64팀 80명 작가들이 239점을 선보였다. 이들 작품에는 근대 이후 부산의 역사와 도시 구조의 변천 속에 새겨지거나 감춰진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는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라는 비엔날레 주제와 연관돼 있다. 주제에 들어간 ‘물결’(wave)은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다. 부산 비엔날레에 의하면, 물결은 오랜 세월 부산으로 유입되고 밀려났던 사람들, 요동치는 역사, 세계와의 상호 연결, 부산의 지형적 특징 등을 뜻한다.

과거 창고였던 부산항 1부두 전시장. Ⓒ옥션데일리
과거 창고였던 부산항 1부두 전시장. Ⓒ옥션데일리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공간은 항구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1부두 전시장이었다. 과거 항구의 창고로 활용된 이곳의 부지 면적은 약 4093㎡다. 1912년 만들어진 1부두는 부산을 세계로 연결하는 관문이자 이주의 통로였다. 즉, 근대도시 부산의 출발점이었다. 이곳은 1937년까지 항만과 무역, 여객부두로 기능했다. 일제강점기였던 이 시기에 1부두는 일본의 대륙 침략 거점이자 수송로였다. 그러다 해방이후, 특히 한국전쟁 중에는 전쟁물자 조달, 귀국민과 피란민 수송을 담당했었다. 이처럼 이 일대는 부산의 경제와 노동, 이주와 맞닿아 있었기에 ‘한국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시장에 발을 들이기 전, 궁금했다. 인간 스케일을 훌쩍 능가하는 거대한 창고에는 어떤 작품들이 조응하고 있을까? 전시장은 웅장했다. 여느 실내 미술관과 달리 전시 공간에는 경계가 없었다. 그럼에도 작품은 다른 작품 영역과 관람을 침범하지 않았다. 

전시장 입구에 자리한 첫 작품은 메간 코프의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 호주 퀀다무카 섬의 선주민 아티스트 메간은 나무를 천장에 매달고 굴 껍데기를 이어 붙인 작품을 선보였다. 이런 굴 양식 형태는 호주 선주민들의 것이었다. 이들은 과거 호주 해안가에 나무 기둥을 심고 굴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었다. 굴은 이들의 주식이자, 주권을 증명하는 징표였다. 작품에 쓰인 굴 껍데기는 한국 굴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경남 진해에서 채집한 것이라고 했다. 메간은 이 작품이 퀸다무카와 한국이 겪은 식민의 아픔을 담았다고 전했다. 주권을 뺏긴 역사와 자연친화적 삶의 방식을 공유한 퀀다무카 선주민과 한국인의 삶이 그곳에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려 뭉친 굴 껍데기를 통해 인민들이 처한 곤궁한 삶과 환경 문제가 번졌다. 머나먼 두 공간이 연결됐고, 핍진한 삶의 기억이 설치 미술을 통해 드러났다. 미술이 주는 힘이었다.

관람객들이 파키스탄 출신 시각예술가 히라 나비의 작품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보고 있다. Ⓒ옥션데일리
관람객들이 파키스탄 출신 시각예술가 히라 나비의 작품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보고 있다. Ⓒ옥션데일리

파키스탄 출신의 시각예술가 히라 나비(Hira Nabi)가 건넨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1995년 경남 진해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오션 마스터’는 수명을 다해 2018년 파키스탄 가다니에 도달한다. 가다니는 남아시아의 가장 큰 선박 해체지다. 이 선박 근처에는 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라는 이 영상은 북반구의 탈공업화 과정과 남반구 노동자들이 겪는 가혹한 일상을 연결했다.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된 채 배를 해체하고 폐기와 재활용 자재를 분류하고 있었다. 이들이 행하는 저임금 노동은 경제적 식민이 강요하는 구조적 폭력이었다. 바다 또한 피해자였다. 선박 해체는 바다 환경과 어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다. 수명이 다한 배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처럼 1부두 전시장은 구체적인 실물의 설치와 영상 등을 통해 항구와 이를 둘러싼 산업, 역사, 노동의 분투가 명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추상적이고 복잡할 것도 없었다. 내게는 또다른 부산이자 또다른 바다였다. 본전시가 열리는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에도 강렬함은 이어졌다. 감민경 작가의 목탄 회화는 그야말로 과거의 부산을 생생하게 길어 올렸다. ‘동숙의 노래’, ‘0시의 땅’, ‘파도’는 어려웠던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림에 덕지덕지 묻은 가난의 냄새는 역경을 강요했고,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개인이 가진 기억의 파편도 결국 시대의 것임을 방증하고 있었다. 나도 그 서글픈 기억을 품은 땅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사실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관람객들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옥션데일리
관람객들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옥션데일리

새삼 부산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비엔날레였다. 예술은 시대와 장소의 자장에서 마냥 자유롭지 않다. 예술이 시대와 장소에 갇힌다는 말이 아니다. 예술이 행하는 파격과 자유도 주어진 자장을 인식하면서 이를 넘어설 때 가능하다. 이번 비엔날레가 과거의 부산이라는 장소성과 삶에 집중했기에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구체적 물질과 물성을 앞세운 시각예술이 압도했을 수 있다. 항구도시 부산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World Expo 2030) 유치 등을 위해 변화가 한창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식이든 변화하게 될 부산은 2년 뒤 열릴 부산 비엔날레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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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Feel
Jonathan Feel

Jonathan Feel is a reporter and editor for Auction Daily in Korea. He has been active in various fields such as the media, social economy, village community, and fair trade coffee industry and is writing. It is recognized that art is not far from society and the times, and that art can be a tool for the sustainability of the Earth and mankind. He hopes that good works and artists in Korea will meet with readers.

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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