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미술시장의 봄날 올까?… 다양한 미술 장터가 열린다!
봄을 맞아 국내 아트페어들이 줄줄이 기지개를 켠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 미술시장 판도와 경향성을 가늠해 보는 한편 현재 침체기에서 반등 여부를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화랑미술제는 올해 42회를 맞아 지난 3일부터 156개 갤러리가 1만여점 작품을 선보이며 닷새동안 진행했다. 관람객은 5만 8천여 명이 다녀갔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는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 갤러리들은 MZ세대 컬렉터들의 취향에 맞춰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무게를 줬다. 이에 200만~500만 원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판매 호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9세 이하 작가들 작품을 모은 특별전 ‘줌인’이 관심을 끌었다. 570여 명 작가가 응모했고, 10명의 작품이 선발돼 전시된 가운데, 관람객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통해 3인에게 상을 줬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기존 컬렉터들에게는 또 다른 취향 발견의 기회가, 신규 컬렉터들에게는 미술 시장 입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2024브리즈 아트페어가 18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고, 신생 아트페어인 ‘아트오앤오’가 19일 SETEC에서 막을 열었다. 이들 모두 새롭고 젊은 아티스트들 발굴과 소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고가의 대형 작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대신 신진 아티스트 작품과 MZ컬렉터들의 취향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11회를 맞이한 브리즈 아트페어(이하 브리즈)는 28일까지 열린다. 올해 96명 아티스트가 참여했고, 10만 원부터 2000만 원 사이 다양한 가격대 작품 1000여 점이 선을 보였다. 아티스트가 관람객들에게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정체성을 가진 브리즈는 신진 아티스트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2012년부터 공개 모집을 통해 아트페어 참여 아티스트를 선발하고 있으며 올해 928명이 신청해 역대 최다 아티스트들이 지원했다. 특히 처음으로 글로벌 트랙을 열어 해외 신진 아티스트들의 신청을 받았으며 미국, 독일, 중국, 대만, 러시아에서 5명의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해 관람객들과 만났다.
정지연 페어디렉터는 “매년 구매 고객의 25%가 미술품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일 정도로 브리즈는 신진 작가와 초보 컬렉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는 처음으로 글로벌 트랙을 열었는데 다양한 나라의 예술가들이 지원했고, K-컬쳐와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선언한 아트오앤오(이하 오앤오)는 올해 처음 열렸다. MZ컬렉터인 33세 노재명 대표가 선보인 오앤오는 ‘원 앤 온리(One and Only)’의 약자로, ‘Young and Fresh but Classy’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올해 첫 행사에 15개국 4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갤러리들이 다수로 신진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한편 블루칩 작가와 대형 갤러리도 함께 했다. 노 대표는 “참여 갤러리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고, 해외 작가들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순기능과 함께 투자의 목적보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대구와 부산에서 아트페어가 열린다. 먼저 대구국제아트페어(Diaf 2024, 이하 디아프)가 5월 3일부터 5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올해 17회를 맞이하는 디아프는 기존 11월에 열렸으나 올해 5월로 당겼다. 대구지역 30여 개 갤러리를 포함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해외 갤러리들까지 총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역대 최대 규모로 몸집을 불렸다. 이우환, 이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 작품은 물론 알렉스 카츠, 조지 콘도, 데이비드 걸스타인, 쿠사마 야요이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 작품이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5월 9일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아트부산 2024’는 20개국 127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아트부산은 아시아 미술시장 트렌드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는 것이 아트부산의 설명이다. 또 아트부산이 열리는 5월 둘째주에 부산지역 갤러리, 식당, 리조트, 호텔, 문화공간 등이 참여하는 ‘부산 아트위크’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정석호 아트부산 이사는 “아트부산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해 왔고, 올해도 그런 방향으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끊어졌던 홍콩, 자카르타, 소더비인스티튜드 등 해외 VIP그룹의 방한이 예정돼 있으며 내년에 아트부산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각 아트페어는 자신만의 색깔을 강화하고 신진 아티스트 발굴과 소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미술품 구매와 향유를 둘러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구매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MZ컬렉터들의 등장과 미술을 향유하는 계층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아트페어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 발전 가능성과 K-아트의 글로벌 진출 잠재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