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지난해 미술시장 규모는 ‘뚝’… K-아트 올해도 ‘약진 앞으로’

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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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시장은 2023년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거래 규모가 전년보다 17%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향후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희망 섞인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젊은 신규 컬렉터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글로벌 갤러리들의 한국 진출과 K-아트를 빛내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술시장이 조정기를 거쳐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면서 향후 반등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2023 프리즈 서울 관람객들이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Auction Daily.
2023 프리즈 서울 관람객들이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Auction Daily.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는 지난해 미술시장 거래 규모가 6675억 원으로 전년보다 17.0%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갤러리(화랑), 아트페어, 경매사, 미술관 등 각 주체가 12월말까지 판매 금액을 추정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22년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던 국내 미술시장은 1년새 크게 쪼그라들었다. 다만 지난해 조사는 아트페어와 갤러리 판매액을 단순 합산해 중복 집계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조사는 아트페어 판매액 조사 때 참여 갤러리들의 판매액을 제외하고 집계했다.

지난해 거래 작품 수는 5만1590점으로 전년도보다 15.1% 감소했다. 거래 주요 채널 중에서 경매사의 침체가 특히 두드러졌다. 경매사의 판매 금액은 1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1% 줄어들고 판매 작품 수(1만6508점 추산)도 18.1%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100억원 이상 대형 경매사 매출은 47.5% 줄었지만 매출 10억∼50억 원 규모 중소형 경매사 판매액은 38.1% 증가해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한국 미술시장 현황을 조사∙분석한 보고서 ‘KOREA ART MARKET 2023’은 “한국 경매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2023년 상반기 총 낙찰 금액은 약 6000만 달러(약 790억 원)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4.8% 감소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65%였던 낙찰율은 지난해 52%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갤러리의 거래 규모는 4254억원, 판매 작품 수는 2만4541점으로 각각 5.6%, 9.2% 줄어들었다.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작품 금액은 5.5% 줄어든 2886억원(갤러리 판매액 포함)이었고, 판매 작품 수는 10.5% 감소했다. 갤러리 판매액을 제외하면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금액은 40억원 수준이었고, 이번 조사에서 프리즈 서울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술관의 작품 구매액은 193억원, 작품 구입 수는 1304점으로 각각 32.2%, 53.6% 줄어들었다.

지난해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전시장 입구 전경. Ⓒ옥션데일리
지난해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전시장 입구 전경. Ⓒ옥션데일리

이처럼 미술품 거래 축소는 명확했지만,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프리즈 서울 등 아트페어 방문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은 누적이 아닌 실 방문객 수로 8만 명 이상이 찾아 전년도보다 약 1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젊은 층들이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젊은 컬렉터들이 늘어나면서 갤러리 숫자 확산은 물론 대형 갤러리들도 사업 규모를 키우고,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 진출도 눈에 띄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술시장 저변을 다지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키아프 서울(Kiaf Seoul)에서 20~40대 컬렉터들이 카드 결제한 금액이 전년도보다 62%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에 따라 국제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한국 미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KOREA ART MARKET 2023’ 보고서는 △큐레이터 등 한국 미술 전문가들의 활발한 국제활동 △국제 미술계에서 활약하는 한국 예술가의 급증 △공익적이고 수준 높은 전시 증가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 미술 시장은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며 “국제 아트페어나 예술 후원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미술이 화제의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국 미술시장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나 금리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반여건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 국내 갤러리, 경매회사, 아트페어, 미술관 및 전시 공간을 대상으로 올해 미술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47.8%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소 불황을 겪을 것이란 응답은 26.0%, 매우 불황을 응답한 비율은 14.4%였다. 다소 호황 전망은 11.6%, 매우 호황 전망은 0.7%에 불과했다. 경매 출품작 수와 낙찰률 하락은 한국 경매시장이 당면한 과제로 보여진다.

올해 미술전시 관람객 수는 45.9%가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고 31.5%는 약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풀이된다. 

주목해야 할 올해 한국 미술시장 주요 이슈로는 3회차를 맞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개최, 새로운 소비층 등장에 따른 미술품 구매 트렌드 변화, 젊은 갤러리·아트페어의 부상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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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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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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