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한국 미술품 최고가 ‘우주’ 낙찰자 3년 만에 밝혀져
지난 2019년 11월 23일, 홍콩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 그랜드홀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 한 미술품을 놓고 현장과 전화 응찰이 오가며 10분 이상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약 63억 원(4,200만 홍콩달러)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100억 원(6,700만 홍콩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누구에게 낙찰될지 궁금증이 커지며 현장 열기는 달아올랐다. 마침내, 전화 응찰자가 승부수를 던졌다. 약 132억 원(구매 수수료 제외, 8,800만 홍콩달러)이 최종 낙찰가였다.
한국 미술품 역사를 다시 쓴 경매였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처음 100억 원을 넘긴 사례이자 한국 작가 최고가였다. 이 미술품은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우주(Universe 5-IV-71 #200)’. 당시 전화 응찰자는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낙찰 추정가 73억~95억 원을 훌쩍 넘어선 ‘우주’는 경매 시작 전부터 주목받았다. 당시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위해 도록을 출간할 정도로 공을 들였었다. 김환기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두 폭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해와 달, 빛과 그림자, 여성과 남성 등 이원적 존재를 다루면서 우주의 기운과 신비를 상징한 대작이다. 전체 크기는 254×254㎝에 이르며 정사각형을 빼곡하게 채운 점이 푸른 원을 그리면서 거대한 우주를 이룬다.
김 화백은 뉴욕에 머물던 1970년대 이 작품을 그렸다. 김 화백의 작품 연대기는 크게 동경/서울(1933~1955), 파리/서울(1956~1962), 뉴욕(1963~1974)으로 나뉜다. 김 화백은 뉴욕 시절, 점·선·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민족적 색채를 넘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회화를 추구했다. 이 작품의 최초 구매자는 김 화백 후원자이자 친구, 주치의였던 김마태였다. 그는 40년 이상 소장했던 이 작품을 2019년 경매에 처음 내놨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매사와 화랑이 눈독 들였던 작품이었기에 이 경매는 큰 관심을 끌었다. ‘우주’는 김 화백의 경매 기록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최고가 기록은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팔린 붉은 점화 ‘3-Ⅱ-72 #220’(1972년 작)으로 85억3,000만 원(6,200만 홍콩달러)이었다.
이 같은 화제성에도 한국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소유주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우주’ 낙찰자가 드러났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에 갤러리 S2A 개관 소식을 알리면서 김웅기 회장이 ‘우주’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글로벌세아그룹은 1986년 의류 제조·수출로 시작해 F&B, 건설, 제지/포장, IT 등의 계열사를 품고 있다. 특히 최근 건설 자회사와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쌍용건설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세아는 갤러리 S2A 개관과 함께 문화예술 사업에도 발을 디디고 있다.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획전 등을 통해 ‘우주’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