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상반기 국내외 미술 경매시장 찬바람 쌩쌩… 한국 낙찰총액 47% 급감

Jonathan Feel
Published on

올 상반기 뉴욕과 런던의 미술품 경매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3사의 상반기 경매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2% 하락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반면 취리히, 제네바는 10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가 상반기 국내외 미술시장 흐름과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Art Market Report 1H 2023)에 의하면, 글로벌 경매회사 3사의 낙찰 총액은 약 58억 1천만 달러(약 7.5조 원, 구매자 프리미엄 포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약 71억 1천만 달러(약 9조 원)보다 18.2% 하락한 수치다. 다만 2021년 상반기보다는 0.5%,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2.0% 높다.

보고서는 3사 외에 본햄스(Bonhams)에 주목했다. 본햄스는 상반기 5억 5200만 달러(약 7천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회사 역사상 최고의 상반기 실적으로 지난해보다 약 32% 증가했다. 신규 구매자의 구매 건수가 약 45% 증가했으며, 다른 경매회사 인수와 효과적인 디지털 전략 구사가 먹힌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1분기 하락 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지만, 경매 횟수와 낙찰 작품 수는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경매 횟수는 2022년 상반기 419회에서 452회로 늘었고, 낙찰 작품 수도 5만1073점(2022)에서 5만3100점(2023)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평균 낙찰액은 10만9485달러(약 1억3870만 원)로 지난해 13만9173달러(약 1억7620만 원)보다 낮아졌다. 이에 반해 판화 및 에디션 매출은 지난해보다 22% 상승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불안한 시장 여건에 대한 구매 수요의 방어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판화와 에디션은 신규 수요자에게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로 온라인 매출 증가와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뉴욕과 런던 경매시장 매출을 합치면 약 40억 달러(전체 시장의 약 69.0%)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보다 22.9% 감소한 수치로, 뉴욕은 22.0%, 런던은 25.1% 줄었다. 특히 런던은 1분기에 전년보다 약 31% 위축된 바 있으나, 6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쿠스타프 클림프의 ‘부채를 든 여인’이 유럽 경매 최고가(8530만 파운드, 약 1413억 원)를 기록해 감소폭이 줄었다. 이 그림은 클림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초상화로 클림트가 작고한 1918년 작업실에서 발견된 작품이다. 경매에서 거래된 클림트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유럽 경매 최고가는 2010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I’(1억430만 달러, 약 1355억 원)이었다.

뉴욕과 런던 경매의 부진에도 홍콩을 합친 경매 매출은 전체 글로벌 경매시장의 86%를 차지해 이 세 도시가 미술품 거래 시장의 중심인 것은 여전했다. 반면 취리히, 제네바는 각각 120.6%, 100.3% 경매 판매가 신장했다. 암스테르담(39.8%), 밀라노(1.9%)도 증가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조정기에 있는 미술시장을 뒤흔드는 조각투자에 대해 언급했다. 예술품의 분할 소유와 토큰화 사례로 리히텐슈타인의 거래 플랫폼 Artex를 들었다. Artex는 프란시스 베이컨 3연작을 증권으로 만들었고, 투자자는 리히텐슈타인 MTF(대체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베이컨의 주식을 최소 100달러에 살 수 있다. 영국 민투스, 미국 마스터웍스도 예술품을 토큰화해 증권으로 발행하는 STO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런 흐름에 대해 보고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투자자들은 작품 실물 확인, 출처조사 주체, 보험, 작품 관리, 보관, 재판매 결정 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미술품 경매 시장의 상반기도 좋지 않았다. 한국 메이저 경매 3사인 케이옥션, 서울옥션, 마이아트옥션에서 거래된 경매 낙찰 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03% 떨어졌다. 이들 3사 상반기 낙찰 총액은 613억7100만 원이었다. 판매 작품 수도 1625점으로 지난해보다 8.45% 감소하고, 낙찰률은 71.24%로 지난해보다 10.96% 줄었다.

마이아트옥션의 경매 현장 (사진제공. 마이아트옥션)
마이아트옥션의 경매 현장 (사진제공. 마이아트옥션)

경매 3사 중 낙찰 총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서울옥션이었다. 상반기 낙찰 총액은 지난해보다 64.14% 하락한 250억5천만원이었다. 케이옥션은 247억1천만 원 낙찰총액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06% 하락했다. 반면 마이아트옥션은 낙찰 총액이 113.51% 증가한 116억1천만 원을 기록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미술시장은 재 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그 안에서의 포트폴리오는 계속 변하고 있다”며 “미술품 판매 조건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사소한 요소로 인해 완전히 다른 결과와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Media Source
Writer
Jonathan Feel
Jonathan Feel

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More in the auction indu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