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한국 첫 크루즈 경매 차효준 스타옥션 대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Joon B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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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품 경매 시장은 작다. 올 상반기 거래 규모는 약 811억 원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위상에 비하자면 매우 초라하다. 물론 시장 확대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한국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미술품 경매 이벤트가 열렸다. 크루즈 사업을 하고 있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와 신생 경매업체 스타옥션이 손잡고 지난 6월 27일 크루즈 경매를 개최했다. 스타옥션은 “북미와 유럽에서는 크루즈 경매가 진행되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매가 열리기 전, 많은 이가 회의 섞인 시선을 보였다. 아직은 협소한 시장 규모, 홍보 부족, 생소함 등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에서 첫 번째 시도임을 고려하면, 성공이었다. 48점이 경매에 올라왔고, 절반을 넘어선 28점이 낙찰됐다. 거래액은 100만원대부터 최고 1200만원대였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3개월전 기획된 행사 치고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스타옥션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크루즈 경매를 이끈 차효준 스타옥션 대표를 만났다. 차 대표는 한국 경매회사 디옥션의 창업멤버로 2006년부터 경매사로 활동했다. 미술품 거래가 많은 대형호텔 세일즈 마케팅 업무를 병행해온 그는 고객 관점에서 능수능란한 작품 설명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공개(프라이빗) 경매를 포함 경매 진행 횟수가 약 100회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스타옥션)과 싱가포르(KUVA)에 각각 경매 회사를 세웠다.

차효준 스타옥션 대표 (제공. 스타옥션)
차효준 스타옥션 대표 (제공. 스타옥션)

옥션데일리: 크루즈 선상 경매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펜스타엔터프라이즈에서 먼저 제안했고,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그때가 크루즈 출항 3개월 전이었다. 워낙 시간이 촉박해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 일찌감치 계획을 미리 세우고 홍보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옥션데일리: 경매 작품들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골랐나?

사실 이 점도 아쉽다. 크루즈 승객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승객들 나이대가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는 정보가 거의 전부였다. 경매에 어떤 작품을 올릴지 판단해야 했고, 결국 40~50대가 좋아할 수 있는 그림들을 골랐다. 난해한 작품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옥션데일리: 일반 경매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진행됐나?

이번 크루즈 여행은 4박5일 일정이었다. 승객들은 오전과 오후에 다른 일정이 계획돼 있었고, 저녁에만 여유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첫날부터 사흘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전시회를 열고 승객들이 프리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크루즈 내 면세점 일부 공간을 활용했다. 그리고 나흘째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경매를 진행했다.

차효준 스타옥션 대표 ⓒ김준배
차효준 스타옥션 대표 ⓒ김준배

옥션데일리: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경매를 앞두고 열린 전시에는 매번 400~500명의 승객들이 방문해 작품을 감상했다. 크루즈 전체 탑승객이 2000명이었으니 상당수가 작품을 본 셈이다. 날마다 매우 큰 관심을 보여, 나를 포함한 임직원 3명 모두 목이 쉴 정도였다. 크루즈 경매는 처음인지라,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전시 현장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문제였다. 이 때문에 질의응답이 쉽지 않았고 목이 쉴 수밖에 없었다. 경매 당일에는 400명가량이 자리를 채웠다.

옥션데일리: 첫 행사로는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했는데,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나?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한마디로 엄청난 성공이라고 우리는 자평한다. 탑승객들이 사흘에 걸쳐 충분히 여유를 갖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동한 것 같다. 승객들이 작품을 친근하게 느꼈고 경매에 관심 없거나 이전에 참여해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호기심이 발동해서 경매에 참여한 것 같다.

18년 경력 경매사인 차효준 대표가 크루즈에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스타옥션)
18년 경력 경매사인 차효준 대표가 크루즈에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스타옥션)

옥션데일리: 아시아에서 첫 크루즈 미술품 경매라고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미술품 경매 시장의 미래를 봤다. 사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갤러리에 가는 것을 일종의 특별한 이벤트처럼 여긴다. 그만큼 갤러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경매 이벤트를 접하질 못하니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이런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옥션데일리: 추후 크루즈 경매 계획이 있나?

물론이다. 이미 내년에도 크루즈 경매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내에 기회가 된다면 추가 경매 행사도 진행하고자 한다. 연 4회 한국에서 출항하는 크루즈에서 경매 행사를 여는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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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Bae Kim
Joon Bae Kim
Reporter and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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