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예술을 통한 저항, 공존, 연대를 상상하는 광주비엔날레 4월 개막

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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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가 다음달 7일 문을 연다. 7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14회째를 맞이한다.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다. 특히 예술을 통한 성찰, 사회문제 해결 등을 고민하는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지구를 저항,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보고자 한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전시는 4가지 소주제로 구성됐다. 각 주제는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이며 구체적인 소재에서 보편적 주제로 나아가는 구성을 취했다. 이에 작가들이 작품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것이 전 지구적 시선으로 가 닿도록 연결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총 7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신작과 신규 커미션(요청 작품) 등 40여점을 선보여 신작 비중이 높다. 작가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신작 제작과 전시에 공을 들인 결과다. 또 전시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구성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예술의 자세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주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환경친화적 모듈 구조로 만들고 가벽 벽체도 흰색 도장없이 베이지색 합판 색깔을 유지한다. 이는 친환경, 기후위기 등을 다룬 작품을 많이 초대한 것과 맥이 닿는다. 전시장 형식과 작품 내용이 일관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제공: 광주비엔날레 사무국)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제공: 광주비엔날레 사무국)

이런 특징은 예술 총감독을 맡은 이숙경(런던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과 스태프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비엔날레를 맡은 한국인으로 테이트모던 최초의 아시아인 큐레이터다. 테이트모던미술관이 화력 발전소 기존 구조를 살려 색다른 공간을 창출했음을 감안하면 광주비엔날레도 새로운 감각을 관람객에게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감독은 주제와 관련, “물처럼 약하고 잔잔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라며 “물은 오랫동안 부드럽게 스며들지만 바위를 녹이고 강물의 길을 바꾸는데 이는 오래 싸우고 저항해 결국 이기는 것은 소수 약자인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ㆍ18민주화운동이 낳은 ‘광주 정신’과 맥이 닿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저항, 이란 히잡 의무 착용반대 시위, 미국 흑인인권 운동, 미안마 군부의 학살 및 탄압에 맞선 항쟁 등 세계 곳곳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제공: 광주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제공: 광주비엔날레)

국내외 예술 연대의 폭을 넓혀 해외 국가와 기관이 참가하는 파빌리온도 이전보다 몸집을 키웠다. 2018년 3개, 2021년 2개에서 올해는 9개로 늘어났다.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캐나다의 킨게이트에 위치한 이누이트 협동조합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코어퍼레이티브’를 비롯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동시대 문화예술기관 ‘프레이머 프레임드’, 주한 스위스 대사관, 이스라엘 홀론의 디지털아트센터 ‘CDA Holon’,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중국미술관, 폴란드의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 주한 프랑스 대사관 등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 전쟁’을 주제로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를 범죄로 보고 이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 또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는 캐나다 파빌리온은 이누이트의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이누이트 전시다. 예술을 통해 인류가 자행한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자극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갇혀 있고 고립돼 있던 시간을 넘어서야 할 때다. 아울러 지금 세계는 전쟁, 지진 재해, 기후위기, 경기침체 등 다양한 문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기, 예술이 할 수 있고 알려줄 수 있는 일과 메시지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그것을 확인해봐도 좋겠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린 무엇이 바위를 뚫거나 다른 곳에 스며들 듯, 예술도 마찬가지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사람이 사는 문제를 탐구, 의문 혹은 은유하면서 보여준다. 이를 접하면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변화하거나 성찰과 각성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 비엔날레는 경쟁이 아니고, 한 명의 우승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예술작품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광주비엔날레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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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Feel
Jonathan Feel

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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