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한국 경매시장 흔드는 소더비… 인수설 이어 한국사무소 설립

Joon B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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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매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진동이 감지되고 있다. 진원(epicenter)은 글로벌 메이저 경매사 소더비다. 소더비는 한국 선두 경매사 ‘서울옥션’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 같은 소더비 행보를 놓고, 한국 미술·경매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더비에서 경매하는 모습(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소더비에서 경매하는 모습(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지난 8일 소더비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50년: 50년의 유산과 미래 비전’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1970년대 홍콩 사무소 개설부터 지금까지 과정과 향후 비전 등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고객 확대 전략과 함께 한국 신규 사무소 개소를 밝혔다. 다만, 개소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한국 사무소 개소를 추진해온 소더비는 필립스옥션 한국 사무소 대표를 역임한 윤유선씨(Jane Yoon)를 신임 대표로 임명하고 인력 충원 등을 통해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소더비의 이 같은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소더비는 1990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기대와 달리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1996년 철수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필립스옥션이 한국에 사무소를 개소했고, 소더비는 재도전에 나선다. 크리스티는 1995년 한국에 사무소를 열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소더비의 한국 재진출 배경에는 한국 미술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한국 미술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문화부는 지난해 한국 미술시장이 사상 첫 1조원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 서울을 택했고, 홍콩 정치상황 등에 맞물려 서울은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의 유력 후보중 하나다. ‘아트바젤 리포트’는 한국을 신규 컬렉터 증가세가 가파른 나라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소더비가 20여년전 철수했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측면은 중요하다. 소더비는 K-Pop을 필두로 한국 문화예술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지난해 ‘프리즈 서울’이 호황을 기록한 것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길게 보면 홍콩, 도쿄를 이을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로 서울을 주목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술 시장 정보 분석업체인 프랑스 아트프라이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매 매출 규모를 세계 9위로 분석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2위), 일본(7위)에 이어 세번째다.  또 MZ세대들이 미술품과 경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는 지점이다. 온라인 경매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로운 경매 시장이 열리면서 자산 증식에 관심을 갖는 한국 젊은 층이 경매에 뛰어들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에서 경매하는 모습(출처: 서울옥션 홈페이지)
서울옥션에서 경매하는 모습(출처: 서울옥션 홈페이지)

매물로 나온 서울옥션 인수전도 한국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서울옥션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소더비와 서울옥션이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확정’ 보도가 나왔지만, 서울옥션은 “지분 매각을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진행되는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옥션 인수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더비의 행보는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소더비의 서울옥션 인수가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소더비와 서울옥션이 협상 접점을 찾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더비는 새로운 시장으로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재진출을 선언했고, 서울옥션은 매물로 내놨다가 다시 거둬들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서울옥션 최대 주주인 이호재 회장은 최근 “시장 판이 커지려면 대자본이 들여와야 한다”며 “성급하게 (협상을) 하기 보다 (소더비와) 윈-윈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협상에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미술업계 한 관계자는 “경매는 결국 컬렉터를 대상으로 작품을 높은 가격에 거래하도록 유도하는 비즈니스”라며 “소더비의 한국 진출은 자연스럽게 경매는 물론 한국 미술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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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Bae Kim
Joon Bae Kim
Reporter and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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