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국내외 미술품 경매시장 조정기 넘어 침체기 들어서
수집가들이 미술품 구매에 점점 더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미술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orea Art Authentication & Appraisal Inc., 이하 KAAAI)가 내놓은 ‘2023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10월 5~6일 진행된 소더비와 필립스가 진행한 홍콩 경매 판매 총액은 10억 6천만 홍콩 달러(약 1779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 하락한 수치이자 올 봄 경매에 비해서 28.11% 급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봄, 가을보다 낮았다.
3분기 경매 하이라이트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폴레트 주르댕의 초상’이었다. 소더비 경매에서 3490만 달러(약 471억 원)에 낙찰된 이 작품은 당초 추정가 4500만 달러(약 609억 원)였다. 특히 2015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4281만 달러(약 487억 원)에 낙찰된 바 있어 손해를 보고 판매한 셈이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수집가들이 미술품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1월 발표한 아트바젤과 UBS 보고서에 의하면 2800명 고액자산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개인 수집가는 미술품에 들어가는 자금 비중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19%로 낮췄다. 또 미술품 판매에서도 보수적 태도가 드러나 소장품 판매 의향을 밝힌 수집가는 26%로 지난해(39%)보다 줄었다.
KAAAI는 “미술시장은 신규 수요나 기존 수요 모두 기회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모양새”라며 “몇 년 전만 해도 경합을 이루며 거래됐던 작품들이 하한가 선에서 낙찰되거나 유찰되는 사례가 많아졌고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침체기가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이가 현실화돼 가격을 조정해서라도 판매자가 나서면, 작품 가격은 가격 하락의 급 물살을 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의 3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서울옥션+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도 큰 낙폭을 보였다. 낙찰 총액 259.1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떨어졌다. 판매 작품 수(414점)와 낙찰률(65.51%)은 각각 14.67%, 10.23% 하락했다. 10억 원 이상에 낙찰된 작품은 총 5점으로, 이 가운데 3점이 고미술이었고, 이우환과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각각 1점이었다.
KAAAI는 현 상황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표현하며, “차분해진 이 시기에 미술계는 그동안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요인에 대한 분석과 해석 등을 통해 다음을 준비한다면 두 번째 찬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페어에 대한 언급도 추가됐다. 올 9월 열렸던 프리즈 서울에는 7만 명 이상 찾았고, 키아프 관객 수는 전년대비 15% 상승한 8만여 명이 방문했다. 이는 앞서 개최된 싱가포르 아트SG(4만3000여 명)와 일본 겐다이 도쿄(2만여 명)보다 많고, 아트바젤 홍콩(8만6000여 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KAAAI는 관객들이 미술품 구매를 위해서는 세금 정책과 함께 운송, 보관, 교통 등 인프라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