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18세기 달항아리, 시작가 35억원에 경매 나온다
세계 경매 시장에서 높은 인기와 몸값을 자랑하는 ‘달항아리’가 10월 경매장에 나온다. 앞선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와 9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달항아리는 각각 456만 달러(높이 45.1cm, 약 60억 원), 356만9천 달러(45.2cm, 약 47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또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작품도 경매에 출품된다.
한국 미술품 경매회사의 양대 산맥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10월 경매 출품작을 발표했다. 서울옥션은 24일 강남센터에서 여는 경매를 통해 높이 47.5cm에 달하는 달항아리를 시작가 35억 원에 출품한다. 이 달항아리는 18세기 전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큰 크기에도 비례가 적당하고 담백한 유백색이 돋보인다고 서울옥션은 설명했다. 조선시대 달항아리 중 크기 40cm 이상은 주로 왕실행사에 사용돼 국보, 보물을 포함해 20여 점에 불과할 정도로 남아 있는 숫자가 적어 더욱 값어치가 높다.
서울옥션은 “지금까지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달항아리 중 지난 2019년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1억 원에 낙찰된 ‘백자대호’에 이어 새로운 기록을 다시 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항아리의 원래 이름은 백자대호(白磁大壺)다. 이는 17세기 후기~18세기 전기 경기도 광주의 관요(관청이 필요로 하는 사기를 만드는 제조장)에서 만들었는데, 다른 도자기와 달리 높이 40cm를 넘을 정도로 커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백자대호 대신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김환기 화백이다. 순백의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는 이유였다. 김 화백은 달항아리 매니아이자 수집가로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싸늘한 사기지만 살결에는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고 말했다. 달항아리가 세계 미술시장 등에서 주목받은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고, 2000년 런던 영국박물관은 한국실을 열면서 달항아리를 ‘Moon jar’라고 명명했다. 달항아리는 한국 미술의 핫 아이템 중 하나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옥션은 21일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를 초빙해 ‘조선 도자의 꽃 백자 달항아리’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도 연다. 서울옥션은 이밖에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박서보 화백의 ‘묘법. no.171020’ 등을 비롯해 이우환, 이배, 쿠사마 야요이, 마유카 야마모토 등 총 98점, 약 92억 원 가량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케이옥션은 25일 강남구 본사 경매장에서 총 93점, 약 65억 원어치 경매를 진행한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15-VII-69 #88’(4억2천만~6억 원), 이우환의 150호 대작 ‘조응’(6억5천만~9억 원), 박수근의 ‘가족'(5억~8억 원), 이중섭의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4억 원) 등이 새로운 소장가를 찾는다. 최근 뉴욕 등 세계 미술계에 선보이고 있는 이건용, 이강소 등 한국 실험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경매에 부친다.
해외 미술 부문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An Homage to Mangold'(5억5천만~7억 원), 사라 모리스의 ‘Japanese Bend [Knots]'(8천만 원~3억 원), 스기모토 히로시의 사진 작품 ‘Temple of Dendera'(8천만 원~1억8천만 원)에 나올 예정이다. 케이옥션 경매 프리뷰는 경매 당일까지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