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거 왕실 사용 추정 태극기는 왜 유찰됐을까?
최근 한국 경매시장에 조선 왕실에서 쓴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가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 조선은 1392년 건국돼 일본에 국권을 강탈당한 1910년까지 500년 이상 한반도를 통치한 나라다.
이번에 출품된 태극기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조선 왕실에서 쓴 것으로 입증된 태극기가 없어서다. 이 태극기는 86.5X89cm 크기로 고급 비단을 재료로 만들어졌고, 태극기 문양인 태극과 4괘가 실로 엮어져 있다. 경매를 진행했던 서울옥션은 4괘 위치가 가장 오래된 실물 태극기이자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쥬이 태극기’와 한국 보물로 지정된 ‘데이 태극기’와 동일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태극기가 조선 국왕이 사용했던 상징물 특성인 정방형에 최고급 재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왕실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경매가는 최대 3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진행된 경매에서 해당 작품은 유찰됐다. 주최측이 공개하지 않아 입찰 참여자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제성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에도 유찰된 배경을 놓고 여러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왕실 활용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추정가 3억 원은 너무 높다는 분석이다. 또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개최가 유찰에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부터 올 봄까지 뜨거웠던 한국 경매시장은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에 맞물려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큰손들이 베팅을 일시 중단하는 등 관망세가 짙다.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올 1분기 785억3000만원으로, 1998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서울옥션도 해당 작품 유찰 사실을 확인하며 “아무래도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경매시장이 얼어붙은 게 (유찰)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작품 특성상 운송과 관리 등의 비용을 고려할 때 응찰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거래가 성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특히 최근 미술품 시장에 뛰어든 젊은 세대는 해외 작품에 우선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고, 빅 이벤트(프리즈 서울)가 겹치면 힘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작품은 단기간에 경매시장에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은 한편 한국 문화재나 보물 등이 거래되는 정기적인 경매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