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홀대 받았던 한국 실험미술, 뉴욕 구겐하임에 우뚝

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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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때론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임팩트를 안긴다. 1960~1970년대 독재정권이 모든 것을 억압하던 시절, 실험미술이 그랬다. 당대 실험미술가들은 전위성을 발휘하며 세상에 저항하는 흔적을 남겼다. 이때 경계 없이 창의적인 예술 역량을 발휘한 작품들이 뉴욕을 찾았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9월 1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열리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Only the Young: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전에서 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솔로몬 R.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이 전시는 한국 실험미술을 미국은 물론 글로벌 미술계에 처음 소개하는 의미를 지닌다. 두 기관은 2018년부터 국제 협력과 공동 연구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이번 전시다. 앞서 5~7월 서울에서 먼저 전시를 연 데 이어 이번 뉴욕을 거쳐 내년 2월 11일부터 LA 해머미술관에서도 선을 보인다. 이번 뉴욕 전시에서는 총 29명의 작품 약 80여 점, 자료 30여 점이 타워갤러리 2, 4, 5층과 탄하우저 전시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 포스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 포스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1960~1970년대 미국과 한국의 사회상을 비교하고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 청년 아티스트들은 보수적인 기성세대의 형식주의에 반발해 입체 미술, 해프닝, 이벤트,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전위적 실험미술을 선보였다. 특히 독재정권 압제하에서 민주화 등을 향해 들끓는 역동적 사회 현상을 예술로 승화했다. 이 작품들과 작가들은 당대 주류 미술계에서 무시당하고 이단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평가는 다르다. 파리비엔날레 등 당대 국제 흐름에 동참해 세계 미술계 일원으로 실천 영역을 확장하고, 한국 미술사를 잇는 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의 경제 가치도 현재 수천 만~수억 원에 이른다. 

미국도 당시 냉전을 배경으로 68혁명, 반전 평화운동, 페미니즘 등 기성세대의 보수성에 제동을 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은 독재정권이 추진한 근대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 기존 가치관에 저항하거나 넘어서기 위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공통분모를 토대로 이번 전시는 당대 한국의 실험작가들이 서구의 언어를 대안 언어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국미술의 면모를 전환하고자 한 점을 중시했다.

위: 김구림, The Meaning of 124 Second (1969). 아래: 성능경, Here (1975).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위: 김구림, The Meaning of 124 Second (1969). 아래: 성능경, Here (1975).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은 재료와 과정에 대한 급진적인 접근 방식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방가르드 실천 중 하나를 만들어 냈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작품 이미지들을 통한 서사구조를 만들어 직관적인 감상이 되도록 전시를 만들었다. 관람객을 위한 영문 도록도 제공하고 여기에 미술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연구 에세이, 비평 등이 수록돼 있다. 전시 기간 중 이건용의 ‘달팽이 걸음‘(10.13-14), 성능경의 ‘신문읽기’(11.17-18), 김구림의 ‘생성에서 소멸로’(12.1-2), 퍼포먼스가 차례로 진행된다. 

한편, 비슷한 시기의 한국 영화도 뉴욕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영상자료원과 뉴욕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 영화 황금기 1960년대 특별전’이 필름 앳 링컨센터 내 월터 리드 극장에서 9월 1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한국 영화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신상옥 감독의 <내시>(1968),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를 비롯해 당대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감독 홍은원의 <여판사>(1962) 등 총 24편이 상영된다. 상영 정보는 뉴욕한국문화원 홈페이지(www.koreanculture.org)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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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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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는 한국 주재 옥션데일리 필진이자 편집자이다. 언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정무역 커피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이 사회·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예술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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