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빙하기… 거래규모 지난해 절반수준
올 상반기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는 ‘2023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을 통해 상반기 총 거래액은 약 81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1446억 원)보다 44% 떨어진 수치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826억 원)보다 낮다.
낙찰률도 앞선 5년 간에 비해 크게 떨어진 52%를 기록했다. 지난 2018~2022년 상반기에는 65% 안팎의 낙찰률을 보인 바 있다. 출품 작품 수도 1만4851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766점)보다 줄었다. 특히 출품 작품 수 하락폭보다 낙찰 작품 수 하락폭이 더 컸다. 총 출품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5점이 줄었지만, 낙찰작은 2022년(1만296점)보다 2572점이 준 7724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의 위축세는 블루칩 작가들의 저조한 실적과 맞물린다. 작가별 상반기 낙찰총액 1위는 이우환 작가(약 72억 원, 낙찰률 54%)가 4년 연속 1위를 고수했지만 지난해(200억 원, 75.5%)보다 낙찰총액과 낙찰률 모두 떨어졌다. 한국 미술시장의 위축을 대변하는 징표다. 이우환의 뒤를 이어 김환기(약 41.3억 원, 62.1%), 유영국(약 37.7억 원, 91.7%), 박서보(약 37.3억 원, 58.8%), 쿠사마 아요이(약 34.2억 원, 57.8%) 등으로 집계됐다. 쿠사마 야요이는 5년 연속 해외 작가 1위를 고수,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해외 작가임을 증명했다.
최고가 순위 Top20 가운데 이우환 5점, 박서보 3점, 김환기/유영국 2점 등이 포함됐다. 이우환은 1위를 고수했음에도 50%대의 저조한 낙찰률을 보인 반면, 유영국은 90%대의 낙찰률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낙찰총액 19위에 오른 정영주 작가가 11점 작품을 모두 팔아 100% 낙찰률을 보였다.
최고 낙찰가는 지난 5월 70억 원에 낙찰돼 한국 고미술품 경매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백자청화오조룡문호의 몫이었다. 마이아트옥션에서 낙찰된 이 작품은 56cm짜리 대형 백자 항아리로 국보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낙찰가 1위는 해외작가 작품의 차지였으나 올해 한국 고미술품이 그 자리에 올라 고미술 부문의 시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경매사별로 보면 케이옥션이 상반기 중 약 301억 원(지난해 526억 원)의 낙찰 총액으로 1위에 올랐다. 서울옥션이 약 286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케이옥션의 낙찰률은 42.3%(서울옥션 58.9%)에 불과해 고가 작품 의존율이 높은 상황으로 보인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경기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 실감하는 결과”라며 “조선시대 백자가 최고가 1위를 차지한 의외의 결과처럼, 일부 잘 팔리는 작가에게만 의존하는 미술시장 풍토를 극복하고 좀 더 다양한 작가군이 폭넓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국 미술시장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한국에서 미술품 경매사업을 펼치고 있는 9개 경매사(K옥션, 서울옥션, 마이아트옥션, 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라이즈아트, 에이옥션, 칸옥션, 토탈아트옥션)가 올해 1~6월까지 진행한 온오프라인 경매를 분석한 결과이다. 다만 서울옥션 제로베이스는 제외, 이브닝 세일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