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독재에 저항한 반세기 전 한국 실험미술을 한국과 미국에서 만난다

Joon Bae Kim
Published on

지난 5월 24일, ‘로크롤의 여왕’ 티나 터너(1939~2023)가 83세로 눈을 감았다. 사자머리를 한 채 무대를 호령하던 티나는 전 세계에서 1억5천만장 넘는 앨범을 판매했고 그래미상을 12번 수상했다. 로큰롤 가수이자 남편이었던 아이크와 함께한 ‘아이크 & 티나 터너’로 1960~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티나는 아이크에게 결혼생활 내내 폭력에 시달렸고, 이혼 뒤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연예인이었다. AP통신은 이를 통해 티나가 대중에게 회복력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1960~1970년대는 로큰롤, 히피, 반전 등으로 상징되는 반문화의 시대였다. 주류 문화와 기존 가치관을 뒤엎고 저항하려는 급격한 변혁이 일렁거렸다. 반면 이 무렵 한국은 한국전쟁(1950) 이후 산업화와 근대화를 빌미로 금기와 억압이 횡행했다. 독재의 폭압이 시대를 휘감았고, 개개인은 거대한 사회 혹은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채 획일화, 동질화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런 시절에도 불온의 띠를 두르고 폭압에 저항한 예술은 있었다. 날 것의 언어로 고리타분한 형식주의를 탈피하려는 다양한 실험미술이 꿈틀거렸다. 이런 한국 실험미술을 감상하는 순회전이 한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열린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과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이 공동 기획하고 주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이 그것이다. 우선 한국에서 5월 26일부터 7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시작으로 9월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내년 2월 LA 해머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시작한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의 협력과 공동 연구가 실현된 결과물이다. 전시회는 29명 작가가 만든 99점 작품과 31점 아카이브 자료가 선보인다. 1960~70년대 작품을 통해 당시 한국 시대상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당시 젊은 화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국미술의 면모를 새롭게 하고, 세계 미술계 일원으로 실천의 영역을 확장했던 한국 실험미술 역사도 엿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 문화사를 토대로 주제를 구성하고, 작품 이미지들로 서사구조를 만들어 그 시대의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살려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 홍보 포스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 홍보 포스터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실험미술 태동기인 1960~70년대는 한국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던 시기다. 해외에서 펼쳐진 반전평화운동, 페미니즘, 제3세계 문제 등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남북 분단이라는 대립 구도는 독재 정권이 억압을 정당화한 기제였다. 이런 대내외의 혼란기에서 당시 청년 작가들은 실험미술 장르를 개척했다. ‘나’를 중심으로 보다 확장된 세계를 갈구하며, 일상에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이에 청년 작가들은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모색하는 동시에 기성세대의 형식주의 모더니즘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의 실험은 다양하고 도발적인 예술 실천의 형태로 나타나 기존의 회화▪조각의 영역을 벗어났다. 오브제와 설치미술, 해프닝, 이벤트와 영화, 비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을 실험미술의 이름으로 포괄하며 역동적으로 사회 현상을 표현했다. 이들의 실험정신은 1970년대 저항 문학, 가요, 영화 등과 함께 청년 문화를 형성하며, 새로운 사회 및 문화적 현상을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 실험미술가들은 ‘세계 속의 나’와 ‘나의 한국’을 꿈꾸었다. 이들의 꿈은 오늘날 ‘한류’라는 이름으로 영화, 문학, K-Pop과 함께 세계적인 문화 현상 속에 함께 하고 있다”며 “이들은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의 원형으로 소환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미술사의 층위를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김구림, 음양 11-S (제공. 서울옥션)
김구림, 음양 11-S (제공. 서울옥션)

티나가 대중에게 회복력의 상징이 됐듯, 반세기전 저항을 꿈꾼 한국 실험미술은 K-Pop, K-Art 등에 자양분이 되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실험미술에 대한 관심은 한국 경매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달 30일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 ‘한국 실험미술(Korean Avant-Garde) 섹션’을 마련했다. 서울옥션은 “미술시장에 대두될 주요 테마로 한국 실험미술의 가능성과 가치를 살펴볼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승택의 ‘무제’(3만8000~6만4000달러, 이하 추정가격), 물감과 콜라주를 사용한 김구림의 ‘음양 11-S’(6만8000~10만6000달러)와 ‘음양 8-S’(5만3000~7만5000달러) 등이 출품됐다.

Media Source
Writer
Joon Bae Kim
Joon Bae Kim
Reporter and editor

More in the auction indu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