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5개의 용 발톱’ 백자 경매 시작가 70억원…한국 고미술 역사 새로 쓸까
5개 용 발톱이 새겨진 도자기의 등장에 한국 고미술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도자기는 조선시대 국력이 강했던 영정조시대(1724~1800)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에 용은 왕을, 5개 용 발톱은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한다.
한국 고미술 경매업체인 마이아트옥션은 5월 25일 경매에 ‘백자청화오조룡문호’를 출품한다. 오조룡(五爪龍)은 ‘5개 발톱을 가진 용’을 뜻한다. 경매 시작가는 70억 원, 추정가는 최대 120억원이다. 이 도자기는 국보급으로 평가되며, 시작가로 거래가 성사돼도 한국 고미술품으로 27년만에 최고가다.
앞선 기록은 2012년 고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이 34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퇴우이선생진적은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한국 1000원짜리 지폐에 도안돼 있다. 해외에서는 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백자인 ‘철화백자용문항아리’가 낙찰가 841만 달러(당시 기준 약 66억원)에 거래됐다.
오조룡문호는 56cm짜리 대형 백자 항아리다. 상단부 구연부부터 하단부로 이어지는 S자형 곡선이 매우 유려하고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면에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여의주를 잡기 위해 치솟는 용 두 마리가 역동적으로 새겨져 있다. 왕의 위용과 위상을 담은 용의 발가락과 발톱 방향은 방사형으로 뻗어있으며,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시계방향이다.
이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연 ‘5개 용 발톱(오조룡)’ 때문이다. 고미술업계는 현재 오조룡 백자가 전세계에서 10여 개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확인된 것은 현재 2개다. 해외에 많아야 10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민 경매사는 “5개 발톱은 그만큼 왕실의 권위가 강했다는 것을 방증해 조선 영정조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백자청화오조룡문호는 도자기 모양, 문양, 유약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우수하다. 특히 대부분 오조룡 백자는 크랙 등으로 보수했지만 이 작품은 보수나 크랙이 전혀 없는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 이 작품이 한국 고미술작품 최고치를 경신하면 한국 경매시장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고미술품은 해외로 반출이 안되기 때문에 사실상 외국인들 참여가 막혀 그동안 고미술품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이번 경매에서 오조룡 백자가 최고가를 경신하면 한국 고미술품에 대한 가치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