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미술시장 조정기에 따라 경매사들 1분기 실적 ‘뚝’
글로벌 미술시장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조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3사의 2023년 1분기 글로벌 경매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한국의 양대 경매사(케이옥션, 서울옥션) 판매도 6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지금보다 글로벌 미술시장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이하 센터)가 내놓은 ‘2023년 1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3사의 글로벌 경매 매출은 약 13억 2천만 달러(구매자 프리미엄 포함)로 2022년 1분기 약 15억 2천만 달러보다 13.6%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1분기보다는 약 9.0% 높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는 약 5% 낮다.
1분기에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런던 경매의 위축이다. 이 기간, 런던 경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1% 감소했다. 앞선 8년 동안 런던이 3개 경매사의 1분기 판매실적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 흐름에서 벗어났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런던은 총 매출의 45.2%로 지난해 56.7%에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뉴욕과 홍콩 판매는 증가해 점유율에서 뉴욕은 지난해 29.0%에서 올해 41%로, 홍콩은 4.0%에서 8.6%로 높아졌다. 뉴욕과 홍콩의 경매 판매가 런던의 판매 축소를 일정부분 상쇄했다.
아트 범주별 경매 점유율에서는 전후 및 현대미술(Post-War and Contemporary art)이 가장 높은 자리를 올랐고, 올 1분기에 4억 3900만 달러 판매고를 올려 총 매출의 약 33.3%를 기록했다. 반면 인상주의와 근대미술(Impressionist and Modern Art) 작품들은 올 1분기 3억 720만 달러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4.8% 감소했다. 점유율은 23.3%로 전년의 36.5%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낮은 금리로 쉽게 자금을 융통해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시대는 마감됐다”며 “미술시장은 조정기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이므로 사태를 직시하고 파악하면서 이 시기에 필요한 전략을 세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시장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양대 옥션사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의 올 1분기 낙찰총액은 약 2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8% 감소했다. 총 작품 판매 수도 513점으로 약 52% 감소했고 평균 낙찰률은 약 67%로 지난해 약 83%보다 낮아졌다. 케이옥션이 낙찰총액이나 낙찰률 모두 서울옥션을 앞선 결과를 보였다.
다만 고미술과 한국화 부문은 꿋꿋하게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문은 1분기에 진행된 9회의 메이저 경매 출품작 중 반 이상(약 67%)를 차지했으며, 낙찰총액도 1분기 한국에서 진행된 69건의 경매 매출 중에서 약 23%에 달했다. 특히 고미술과 한국화 부문에서 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고미술과 한국화 부문 낙찰가 상위 10점 중 7점이 마이아트옥션에서 낙찰됐다.
보고서는 “고미술과 한국화 부문의 잠재적 가치와 이로 인한 시장 확대 가능성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조선시대 회화와 근대한국화에 대한 수요가 굳건하게 존재하면서 꾸준히 경매시장에 유입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KAAARC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매사들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경매사들이 낙찰 결과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유찰 작품은 공개하지 않고 낙찰 작품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관행을 꼬집은 것. 보고서는 반면 크리스티는 홈페이지에 앞선 세기의 경매 결과도 모두 공개하는 등 이를 자랑할 만한 오랜 역사이자 시장의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AAARC는 “소비자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고객에서 혼선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판매자나 중개자가 기본으로 갖춰야 할 태도”라며 “한국 미술시장의 올바른 전통을 세우고 미술 분야 연구에 기여할 생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좀 더 큰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