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내년 미술품 조각투자 토큰증권 발행 제도화… 시장 확대 예상
한국 미술시장이 새로운 모멘텀을 만났다. 미술품 조각투자가 최근 4~5년 새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정부가 미술품 등에 조각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이에 적은 자금으로도 미술품 투자에 나설 수 있고, 미술시장에 새로운 자금 유입과 함께 미술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조각투자 관련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인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의 제도권 수용 방침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의 핵심 내용은 미술품, 부동산, 음원 지적재산권(IP)등 실물 자산을 증권화한 토큰 형태로 발행해 유통을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미술품이 있다면 이를 1원짜리 토큰 증권 1000주를 발행해 1원 단위로 사고팔 수 있다. 금융위가 규정한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와 달리 실물 가치에 근거해 실물 권리를 잘게 쪼갠 증권형 디지털 자산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맞춰 토큰 증권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STO)과 관련한 ‘증권성 판단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4~5년전부터 성장하고 있는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거래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에 따라 토큰 증권을 발행하고, 발행유〮통 관련 계좌관리기관 및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전자증권은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만 발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발행인)는 조각 투자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토큰 증권 발행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에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에 공식 도입할 계획이다. 토큰 증권이 허용되면 주식이나 채권 이외 현물을 증권화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은 최근 한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의하면 지난해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545억 원, 하반기에는 90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시장이 극도로 위축됐으나 한국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은 외려 급팽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팽창 이면에 기존 조각 투자는 법제〮도적 장치가 없어 발행과 유통이 분리되지 않은 채 투명한 거래가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법 개정 등에 나선 것이다. 미술품 조각 투자가 증권으로 분류되면 자본시장법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 받는다. 또 장외거래중개업을 만들어 소액 투자 유통을 맡는 플랫폼도 제도화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에서 ST 발행을 위한 움직임도 꿈틀대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인 미술품 조각 투자 업체들도 증권사 등과 손잡고 제도화된 시장으로 뛰어들 채비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소투(SOTWO)’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는 발빠르게 KB증권•신한투자증권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옥션블루는 자사가 소유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이들 증권사와 ST 공동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는 “앞으로 다양한 혁신적 금융투자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ST 발행 문턱이 낮아져 조각 투자 기회가 많아지고 조각 투자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분산원장 기술 등 조각 투자를 위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의 활발한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조각 투자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회색지대에 놓여있던 미술품 조각 투자가 이제 제도권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투자자 접근성도 개선되면서 미술품 거래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