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2023년 미술시장 하락 전망 속 서울은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까?
2023년 국내외 미술 시장은 하락이 전망되는 가운데,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 등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이하 KAAARC)는 최근 펴낸 국내외 미술시장의 2022년 흐름과 2023년 전망을 다룬 ‘2022년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엔저와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 가운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서울은 지난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Seoul)가 열리는 등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 도약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재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를 놓고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일본이 경쟁을 펼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2026년까지 개최될 프리즈 서울이 한국 미술 시장에 장족의 발전을 가져다 주겠지만 이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리즈 서울에서 김환기 등 소수를 제외하면 유명한 해외 작가들 작품에 구매가 쏠렸고 국내 작가를 국제적 수준까지 키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며 “아트페어 본질이 문화예술 행사가 아니라 미술품 5일장이자 컨벤션 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는 사치품 거래세가 면세 또는 0.5%지만 한국은 200만 원 초과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율이 20%라는 점을 상기하며 “국제 미술시장 허브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개별소비세 부과 이익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정부와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제1회 싱가포르 아트SG가 열린 데 이어 아트바젤 홍콩(3월), 일본 도쿄 겐다이(7월), 키아프·프리즈 서울(9월)이 차례로 개최될 예정이다. 싱가포르 아트SG는 세계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관람객이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3월 아트 바젤 홍콩은 홍콩의 정치 불안으로 2019년보다 참여 갤러리 수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2023년 미술시장을 놓고 “미술품 거래는 경기침체기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미술시장은 불황기였던 1991년이나 2009년 수준은 아니지만 2021년이나 2022년과 비교해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1991년과 2009년에 미술품 판매량이 각각 64%, 36% 감소했다는 아크 이코노믹스 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초부유층 수는 증가하고 있어 이들이 시장의 최상층을 보호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구매자 주도 시장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어 보고서는 2021년 호황장세에서 강력한 블루칩이었던 동시대미술시장은 정체기이며, 특히 초현대미술은 열기가 식은 것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2022년 초현대미술시장 매출은 2021년보다 23% 하락한 3억 530만달러로 집계됐다. 평균 낙찰가는 약 28만 9000달러에서 14만 6000달러로 떨어졌다. 또 신진 작가를 찾는 수요도 줄었고 대체불가토큰(NFT)와 같은 트렌디한 분야는 거의 붕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세계 미술계 흐름과 관련, 보고서는 비서구권, 여성 작가의 비상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3년 만에 열린 베니스비엔날레로 국제관 본전시 ‘꿈의 우유’의 선발 작가 213명 중 192명(90%)가 여성이었다. 미술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바, 1910~1929년에 태어난 여성 작가들은 2015~2022년 9월 총 경매 판매액의 54.6%를 차지했다. 야요이 쿠사마, 헬렌 프랑켄탈러, 아그네스 마틴, 루이스 부르주아, 존 미첼 등이 2022년 9월 1천만 달러 이상의 경매 판매고를 나타냈다. 한국 여성 미술인들의 이름도 이에 올라갔다. 1980년대생 이미래, 정금형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됐고, 현대미술 리서치 ‘아트팩츠’가 꼽은 ‘세계 아티스트 Top100’에 양혜규, 이불, 김수자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한편,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24년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분석한 결과, 1830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낙찰총액은 약 2조 5354억 원이었고, 출품 작품은 30만 4846점에 낙찰 작품은 19만 4044점으로 집계됐다. 1998년은 한국에 미술품 경매사가 생기는 등 현대적인 시스템을 갖춘 해다. 당시 미술 경매 시장 규모는 1억 8천만 원, 낙찰 작가는 29명이었다. 이후 한국 미술 경매 시장은 10년 뒤인 2007년 처음으로 1천억 원을 넘어섰고, 2018년 2천억 원을 넘어선 이래 2021년이 정점(3257억)이었다. 2022년에는 2361억원으로 정점보다 떨어졌다. 협회는 경매 시장 성장세를 멈추게 한 3대 외부요인으로 2008 리먼브라더스 사태, 2019 COVID19 발발, 2022 기준금리 인상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