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리뷰] “작년 4분기 한국 미술 경매시장 낙찰액 61% 감소… 구매자 주도 시장 전환”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이 구매자가 가격 협상에 우선권을 쥔 구매자 주도 시장(Buyer’s market)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런 양상에서도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이우환 작가의 작품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orea Art Authentication & Appraisal Research Center, 이하 KAAAI)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미술시장 보고서’(Art Market Report 4th Quarter, 2022)에 의하면, 2022년 4분기 미술 경매 시장 낙찰 총액이 250억 2천만 원을 기록했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약 61% 줄어든 수치다. 판매 작품 수도 354점으로 앞선 해 같은 기간보다 약 53.5% 감소했다. 이런 양상은 12월 마지막 경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때는 치열한 경합이나 눈에 띄는 경매 기록도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낙찰액도 전년동기대비 절반이상 줄어드는 등 KAAAI는 미술 경매 시장이 이미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여파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매 심리 악화는 낙찰률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시장은 이에 구매자 주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출품 취소 비율도 2021년 약 2.5%에서 2022년에는 두 배 이상 오른 5.25%를 기록했다. 특히 최저 추정가 10억 원대 출품작 중 약 64%가 경매시작 전 취소됐다. 낙찰된 작품들도 하한가선이나 그보다 낮은 가격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KAAAI는 이우환 작가를 “멈춰 있는 시장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블루칩”으로 꼽았다. KAAAI는 이어 “경매 기록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유통시장, 조각투자와 미술품 신탁펀드 등 새로운 유형의 투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확대되어가는 미술시장에서 조정기에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우환이 지난 4분기 경매시장에서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21년 4분기 이우환 출품작은 34개, 낙찰총액은 53.2억 원이었으나 2022년 4분기에는 16개, 18.81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미술품 경매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아울러 이우환 작품은 케이옥션의 새해 첫 경매에 등장한다. 케이옥션은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경매에 이우환의 1977년작 ‘선으로부터 No.77072’(추정가 7~10억 원)을 비롯해 80억 원 규모 작품 84점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한국 경매시장에서 해외 작품들의 4분기 성적도 저조했다. 해외 작가 작품은 2022년 4분기 117점이 출품돼 낙찰 건수는 61점(낙찰률 약 58.1%)이었고, 낙찰총액은 약 51.4억 원을 기록했다. KAAAI는 “향후 한국 컬렉터 뿐 아니라 해외 컬렉터들과의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 경매시장과 달리 2022년 4분기 해외 경매시장은 이른바 명가 명품이라는 단일 컬렉션으로 2022년 부진했던 매출을 일부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크리스티(Christie’s)가 2022년 11월 열었던 ‘폴 앨런(Paul Allen) 컬렉션’은 단일 경매 낙찰가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이자 2018년 세상을 떠난 폴 앨런의 소장품 경매는 낙찰률 100%를 나타내며 낙찰총액(프리미엄 포함) 16억 2,225만 달러(한화 약 2조 1,100억 원)를 기록했다. 소더비(Sotheby’s)가 11월 14일 뉴욕에서 연 데이비드 솔링거(David M. Solinger) 컬렉션 경매도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단일 소장품 경매의 놀라운 매출 기록에도 2022년 4분기 총 매출은 2021년 4분기보다 떨어졌다. 소더비 뉴욕의 11월 이브닝 세일의 매출액은 2022년 5월 대비 24% 하락, 2021년 11월 대비 39% 하락했다. 필립스 뉴욕도 2022년 5월과 11월과 비교하여 40%, 2.8% 떨어졌다.